
단순한 마음 이야기이다. 자취를 시작한 지 3주가 지나, 자취 생활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마침 부모님도 뵙고 가족, 해피를 볼 겸 본가에 다녀왔다. 가족은 잘 지내는 듯 하고, 여전히 해피는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사실 집에 갈 때마다 마음이 울적하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 일이 생겨 가족에게 더 냉대하는 듯 하다. 너무 힘들었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고집불통 인사불성인 나를, 내 마음을 보다듬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밥상머리에 앉아 머리를 처박고 휴대폰만 바라본다. 애초에 가족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하고, 말 없는 것이 더더욱 말이 없다. 이런 생활도 오랫동안 지속되니 이해받는다. 몇 년 전부터 누나가 마음을 열어주어서 고마울 뿐이다.
엄마는 아프다. 원인은 모르지만 몸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내 생각엔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한 게 아닐까 싶다. 그만 좀 끙끙 앓으세요. 마음이 무너집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항상 돈 많이 벌고 효도하고 베풀어야지 생각했는데 이번만큼은 힘들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외면해버렸고 그냥 도망가버렸다. 나도 이번만큼은 너무 아파요.
가족에게 미안하다. 때론 원망도 했었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제 그 단계는 지났는데, 요즘은 또 눈 앞이 막막한 느낌이다. 자그마한 것부터 많은 것이 너무 안되니까 지친다.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를 알았다.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무너지지 않으리라. 한 달에 한 번은 갈 수 있는 교회가 있으면 좋겠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나는 너무나도 나약하고 초라한 인간이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질 필요 없이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더욱더 무너지지 말자.
꽃은 시들고 상추는 괜찮은데 감자에 싹이 났다. 본가에 다녀와 자취방에 도착하니 꽃은 시들어 있었다. 저번에 밥 먹으면서 본 유튜브에서 말하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웃기는 소리 - 꽃은 시들었지만 꽃을 살 때의 내 마음은 변함없으니 상관 없다. 냉장고를 열어 상추를 살펴보니 괜찮았다.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가만히 바라봤는데 괜찮아 보였기에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감자에 싹이 났다. 감자에 이상한 핀 같은 것들이 있길래 자세히 보니 싹이 났다. 참 웃긴 녀석이다. 물 한 번 안 줬는데 씩씩하게 자라난다. 이 녀석 참 혼자서도 단단하다.
글을 쓰지 못했던 기간동안 내가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은 나의 감정으로부터 도망가기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결핍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가면을 쓰고 서서히 스스로를 삭제하기에 이른다. 얼마나 힘들면 현실을 외면하고 구석으로 몸을 웅크리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결핍하고 공허한 감정을 채워 마음을 단단하게 가꾸는 것보다 포기하는 게 편하니까. 예전에는 '본인이 노력하지 않고 술 마시고 놀았던 걸 생각해야하지 않나' 싶었는데, 요즘은 한국이라서 그런가 싶다. 뭐 여유가 있었고 한국이 이렇다는 걸 미리 준비해야하는 게 인생이겠구나 생각한다.
사실 누워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감자에 싹이 난 게 너무 재밌어서 컴퓨터를 켰다. 일기를 쓴다는 게 참 재미있는 일이구나.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조금은 나의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집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확증편향 인간의 오류 - 신념을 위협하는 증거를 배척하다 (0) | 2020.07.07 |
---|---|
대학생 사업일기 4 - 해외구매대행 배대지 선택하기, 세금 소명자료 (0) | 2020.05.09 |
대학생 사업일기 3 - 해외구매대행 첫 주문, 첫 판매 (0) | 2020.05.08 |
대학생 사업일기 2 - 해외구매대행 상품등록 완료 (0) | 2020.04.22 |
미쳐 본 사람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 (0) | 2020.04.04 |